직장인 이모(49)씨는 최근 건강검진 결과, 체질량지수(BMI)가 27.68㎏/㎡인 비만으로 나와 상담을 받았다. 의사는 이씨에게 지금부터 체중 관리와 함께, 혈당 관리를 시작하지 않으면 평생 당뇨병 약을 먹어야 한다고 경고했다. 당뇨병이냐는 이씨의 질문에 당뇨병으로 진단할 수준은 아니지만 공복 혈당이 124㎎/dL로 높아 당뇨병 전 단계라고 했다.
- ▲ 박석오 광명성애병원 내분비내과장
당뇨병은 아니지만 혈당이 정상보다 높다면 몸이 보낸 경고 신호에 바짝 긴장해야 한다.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로 당뇨병으로 이어질 위험성이 높기 때문이다. 당뇨병이면 혈액 속에 에너지로 쓰고 남은 포도당이 지나치게 많아 혈액이 걸쭉해진다. 고혈당 혈액이 온몸을 순환하면서 눈, 발, 심장 혈관 등을 망치기 때문에 예방이 중요하다. 박석오 광명성애병원 내분비내과장으로부터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 단계에 대해 알아봤다.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란.
“혈당이 당뇨병 진단 기준보다는 낮지만 정상보다 높은, 당뇨병 전 단계다. 공복혈당장애는 공복 상태에서의 혈당 조절에 문제가 있는 것이고, 내당능장애는 식후 상태에서의 혈당 조절에 문제가 있는 경우다.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 가운데 하나만 나타나기도, 둘 다 모두 나타나기도 한다.”
-진단 기준은.
“공복 혈당은 8시간 이상 금식을 한 뒤 측정한다. 공복 혈당 수치가 100㎎/dL 미만이어야 정상이며, 126㎎/dL 이상이면 당뇨병이다. 그 사이인 100㎎/dL부터 125㎎/dL까지가 공복혈당장애에 해당한다. 내당능장애는 75g의 포도당을 포함한 용액을 마시고 2시간 뒤에 측정하는 당부하 검사를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때 140㎎/dL을 넘지 않아야 정상이며, 200㎎/dL 이상이면 당뇨병이다. 즉 140㎎/dL부터 199㎎/dL까지면 내당능장애로 진단한다.”
-공복혈당장애나 내당능장애 환자수는.
“대한당뇨병학회가 지난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2011년을 기준으로 30세 이상의 약 20%인 610만명이 공복혈당장애를 가진 것으로 나타났다. 내당능장애는 검사 방법 때문에 많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조사하기 어려워 구체적인 수치는 없지만 공복혈당장애에 비해 적지 않은 것으로 예상된다. 둘 중 한가지만 가져도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되기 때문에 실제 해당 환자들은 이보다 훨씬 많을 것으로 보인다.”
-당뇨병 전 단계여도 특별한 증상이 없는데.
“당뇨병과 마찬가지로 증상이 나타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때문에 환자 스스로가 공복혈당장애나 내당능장애가 진행되고 있음을 알아차리기가 어렵다. 혈당 장애가 생기면 몸의 에너지 대사의 변화로, 이유 없이 피곤할 수 있다. 정확히는 혈당 검사를 통해 확인해야 한다. 주로 건강검진 후 상담할 때 의사에게 혈당이 높다는 사실을 전달받아 알게 되는 경우가 많다. 그러나 이를 알아도 상당수 환자가 혈당이 약간 올라간 정도로만 여기고 별다른 조치를 하지 않고 있다.”
-당뇨병으로 진행될 위험성은.
“당뇨병 전 단계에 해당하는 이들을 4년간 관찰한 연구 결과에 따르면, 정상인에 비해 당뇨병으로 이행될 확률이 5~6배 높았다고 한다. 또한 당뇨병 전 단계인 이들의 70%가 결국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특히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를 모두 가진 환자는 둘 중 한가지만 갖고 있는 환자에 비해 당뇨병으로 진행될 확률이 2배 가량 높다. 당뇨병은 하루 아침에 생긴 병이 아니라, 5~10년 전부터 진행된 것이기에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는 이런 변화를 미리 발견한 것이라 보면 된다.”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 중 어느 것이 더 심각한가.
“일반적으로 공복혈당장애 환자군보다 내당능장애 환자군에서 당뇨병으로 진행되는 비율이 더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공복혈당장애와 내당능장애는 혈당을 측정하는 시점과 방법에 따라 혈당 장애를 서로 다른 이름으로 지칭하는 것이기에 사실 큰 차이가 아니다. 따라서 두 질환의 심각성을 비교하기 보다는 모두 혈당 조절에 문제가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적극적으로 관리해 당뇨병을 예방하는 것이 중요하다.”
-당뇨병이 안 되려면 어떤 노력을 해야 하나.
“두 경우 모두 체중 감소와 정기적인 운동 등 생활습관을 개선하고 유지해야 한다. 특히 비만을 가진 고위험군이라면 초기 체중에서 5~10%를 줄이고, 적어도 일주일에 150분 이상 중등도 강도(땀이나고 숨이 찰 정도)의 운동을 하길 권한다. 실제 체질량지수가 24 ㎏/㎡ 이상인 내당능장애와 공복혈당장애 환자들에게서 7% 이상의 체중 감량과 매주 150분 이상 중등도의 운동을 지속하도록 한 연구 결과, 3년 동안 대조군에 비해 당뇨병 발생이 58%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당뇨병 전 단계도 약을 먹어야 하나.
“당뇨병 전 단계에서는 생활습관 개선만으로도 효과를 볼 수 있다. 실제 이 단계의 환자들을 체중 감량, 운동, 식사요법 등 생활습관을 개선시킨 그룹과 먹는 혈당 강하제인 메트포르민을 투여한 그룹으로 나눠 연구한 결과 생활습관 개선 그룹에서 당뇨병 예방 효과가 더 높았다. 아직 약 복용 없이, 자신의 의지와 노력으로 충분히 정상 혈당으로 되돌아올 수 있으니 당뇨병 전 단계는 소중한 기회다. 물론 이 단계에서도 약을 먹어 부가적인 효과를 거둘 수도 있겠지만 생활습관 개선으로 치료가 가능한 상황에서는 약물 치료를 권장하지 않는다. 메트포르민 투여는 생활습관 개선이 전혀 이뤄지지 않는 특수한 경우에만 제한적으로 실시된다.”
-조심해야 할 음식이 따로 있나.
“설탕과 꿀처럼 단순 당은 혈당을 높이며, 동물성 지방은 당뇨병의 주요 합병증인 심혈관계 질환의 위험성을 높이는 만큼 주의한다. 영양소별로는 탄수화물, 지방, 단백질이 각각 60%, 15%, 25%로 구성된 균형 잡힌 식단을 권장한다. 특히 한국인은 탄수화물을 과다하게 섭취하는 경향이 있으니, 백미와 밀가루 등의 섭취를 조절할 필요가 있다. 또한 칼로리 섭취량이 많으면 혈당이 높아지니 자신에게 맞는 표준 체중을 확인하고, 1일 적정 칼로리 섭취량에 맞게 식사를 관리한다.”
- ▲ 당뇨병으로 혈액이 끈적해지면 모세혈관부터 막아서 온몸에 합병증 부른다. /조선일보DB
-당뇨병으로 진행 여부는 언제 확인하나.
“당뇨병 전 단계가 확인됐다면, 최소 1년에 한번 정도는 혈당 검사 등 당뇨병 선별 검사를 받아야 한다. 또한 지금 당뇨병 전 단계는 아니더라도 가족이나 가까운 친척 중에 당뇨병 환자가 있거나, 40대 이상이면서 비만인 경우, 임신 중이거나 과거 임신성 당뇨병 병력이 있는 여성, 장기적으로 과도한 정신·신체적 스트레스에 노출된 경우, 고혈압이나 만성 간질환 등을 갖고 있는 경우라면 당뇨병 고위험군이니 마찬가지로 1년에 한번씩 검사하길 권한다.”
-이미 당뇨병이 됐다면.
“당뇨병은 초기에 관리를 잘 하면 유산처럼 남아 합병증 발생을 줄여준다. 진단 받은 단계부터 식사와 운동, 혈당 체크와 약 복용 등을 적극적으로 해야 할 이유다. 처음 당뇨병을 진단 받은 환자 중 상당수가 약 복용의 중요성을 간과하곤 하는데, 처방 받은 지침대로 제 때 제대로 복용해야 한다. 만약 약 복용을 잊는 경우가 잦다면 주치의에게 보고해 복용 횟수가 적은 약으로 바꾸는 등의 조치가 필요하다.”